AI가 내 일을 대체할까? 불안할 때 살펴볼 네 가지 질문

노트북과 프로젝터로 자료를 펼쳐보는 햇빛 드는 작업 공간. 강의 준비 경험을 바탕으로 연출한 AI 생성 이미지.

AI가 내가 시간을 들여 하던 일을 짧은 시간에 해내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편리해서 반갑다가도,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죠.

“이제 내가 할 일이 없어지는 건 아닐까?”

이 질문에 “걱정하지 마세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요”라고만 답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어떤 일이 얼마나 달라질지 개인이 다 예측할 수는 없고, 이미 일의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면 막연한 위로가 도움이 되지 않을 테니까요.

다만 저는 시대가 바뀌어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계속 찾아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직업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는 아니니까요. 내 일을 지킬 방법을 살피는 것과 함께, 내가 가진 것으로 어떤 일을 새롭게 해볼 수 있을지도 묻고 싶습니다.

저는 퍼스널 브랜딩이 지금처럼 익숙한 분야가 아니었을 때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정해진 직업 목록에서 나에게 맞는 답을 골랐다기보다, 내가 하고 싶은 분야와 도움을 주고 싶은 대상을 고민했어요. 커리어도 비즈니스를 구상하듯 방향을 잡아온 셈입니다.

비즈니스에는 처음부터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면서, 커리어에서는 정답 중 하나를 고르려고 할 때가 있습니다. 어떤 직업을 선택해야 안전할지, 어떤 자격증을 갖춰야 괜찮을지부터 찾는 거죠. 필요한 정보이지만, 그 선택지 안에 내가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모두 들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당장 직장을 떠나거나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지금 하는 일을 다른 방식으로 해볼 수도 있고, 쌓아온 경험을 새로운 대상에게 전달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AI와 일하면서 그런 가능성을 직접 경험하고 있어요.

“AI가 나를 대체할까?”라는 불안이 클 때, 저는 고민을 방향·가치·성장·기회로 나누어 살펴보자고 제안하고 싶습니다. 어느 직업이 살아남는지 맞히기 위한 분류가 아니라, 지금 내 일에서 무엇을 고민하고 무엇을 해볼지 구체화하기 위한 질문입니다.

방향—나는 어떤 일을 계속하고 싶은가? 가치—내 경험은 어디에서 필요한가? 성장—무엇을 배우고 직접 해볼까? 기회—예전에는 못 했지만, 지금 해볼 수 있는 일은?

1. 방향 — 나는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이 일을 계속해도 될까?”라는 질문에는 여러 고민이 섞여 있을 수 있습니다. 일 자체는 좋은데 앞으로의 수입이 걱정될 수도 있고, 원래부터 다른 일을 하고 싶었는데 AI의 변화가 그 마음을 다시 건드렸을 수도 있죠. 이 둘에 필요한 선택은 다를 겁니다.

그러니 유망 직업을 찾기 전에, 지금 하는 일에서 무엇을 계속하고 싶은지부터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어떤 분야의 문제에 관심이 있는지, 누구를 도울 때 보람이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싶은지를요.

저는 강의를 할 때마다 대상에 맞춰 강의안과 자료를 바꾸는 것을 좋아합니다. 같은 주제라도 듣는 사람이 다르면 필요한 설명과 사례가 달라지니까요. 다만 준비에 시간이 많이 들어서 모든 강의를 원하는 만큼 맞춤화하지는 못했습니다.

AI를 활용하면서 그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제게 중요한 것은 강의 자료를 무조건 빨리 만드는 일이 아니라, 대상에게 더 잘 맞는 강의를 준비하는 것이었어요.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고 나니, AI를 어디에 쓰고 싶은지도 분명해졌습니다.

자기이해는 나에게 맞는 직업 하나를 찾아 붙이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변화 속에서도 내가 이어가고 싶은 일의 내용을 알아보는 데 쓰일 수 있어요. 그 내용이 꼭 지금과 같은 직업명이나 형태로만 남아야 하는 것은 아니고요.

앞으로의 방향이 막막하다면 이렇게 물어보세요.

“지금 하는 일의 이름이 달라지더라도, 나는 어떤 일을 계속하고 싶은가?”

그 답 옆에 지켜야 할 최소 수입, 쓸 수 있는 시간, 포기하기 어려운 생활 조건도 함께 적어보면 좋겠습니다. 하고 싶은 방향과 지금 선택할 수 있는 범위를 같이 봐야 다음 시도가 현실적이 됩니다.

2. 가치 — 내가 쌓아온 경험은 어디에서 필요한가?

AI가 잘하는 일을 볼수록 내 능력이 작아 보일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익힌 기술을 AI가 빠르게 흉내 내거나, 내가 만들던 것과 비슷한 결과물을 내놓으면 더욱 그렇겠죠.

그럴 때는 내가 만든 결과물만 보지 말고, 그 결과물을 통해 상대가 무엇을 얻었는지도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제 강의에서도 자료 한 벌을 만드는 것과, 그 자료로 듣는 사람을 돕는 것은 연결되어 있지만 같은 일은 아닙니다. 이 대상에게 무엇을 설명해야 하는지, 어느 부분을 덜어내야 하는지, 어떤 사례를 넣으면 이해하기 쉬울지 판단해야 합니다. AI가 자료 제작을 도와줘도 그 판단을 확인하고 강의에 맞게 고치는 일은 남아 있어요.

저는 AI 덕분에 대상별로 자료를 더 세심하게 준비할 수 있게 되면서 강의의 질도 높아졌다고 느낍니다. 자료를 만드는 수고가 줄어든 것뿐 아니라, 제가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을 더 충실히 구현하게 된 거예요.

그렇다고 경험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앞으로도 같은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고객이나 조직이 원하는 도움은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상대가 실제로 필요로 하는 것을 계속 맞춰봐야 합니다.

여기서 질문은 “AI보다 내가 잘하는 게 무엇일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사람들은 어떤 상황에서 나를 찾았고, 내 도움을 받은 뒤 무엇이 달라졌을까?”

그동안 해결해온 문제, 상대가 고마워했던 판단, 여러 번 요청받은 도움을 떠올려보세요. 그 경험이 지금도 필요한지, 다른 대상이나 다른 방식으로 쓰일 수 있는지는 직접 묻고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내 경험의 가치는 과거의 경력표 안에서만 찾을 필요가 없습니다.

3. 성장 —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직접 해볼 것인가?

AI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배울 것이 끝없이 늘어납니다. 새 기술을 하나 배울 만하면 또 다른 기술 이야기가 들리고, 아직 배울 것이 많다는 사실이 다시 불안을 만들기도 하죠.

하지만 새로운 기술을 많이 배우는 것과 내 일을 더 잘 해내는 것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을 배울지 정할 때도 내가 해내고 싶은 일이 기준이 될 수 있어요.

저는 AI 덕분에 홈페이지 작업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콘텐츠를 꾸준히 올리는 일이 어려웠는데, 이제는 실제로 이어가고 있고요. 홈페이지와 콘텐츠는 제게 새로운 기술을 배운 결과를 넘어, 가진 지식을 사람들에게 전하는 방법이 됐습니다.

배워야 할 기술 목록부터 늘리기보다, 지금 미뤄둔 일 하나를 꺼내보면 어떨까요? 익숙한 일을 더 잘하려는 시도여도 괜찮고, 해보고 싶지만 아직 방법을 모르는 일이어도 괜찮습니다.

“내가 해내고 싶은 이 일을 위해, 지금 무엇을 배우면 될까?”

그 일을 AI와 해보면서 나에게 부족한 지식이 무엇인지, 어떤 결과를 검토할 수 있어야 하는지 확인해보세요. 결과물이 나왔다는 것만으로 끝내지 말고, 실제로 쓸 만한지, 잘못된 정보는 없는지, 다음에는 혼자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 늘었는지도 살펴보는 겁니다.

성장을 새로운 기술로만 채울 필요도 없습니다. 고객을 이해하는 공부, 내 분야의 지식을 더 깊게 익히는 일, 다른 사람과 협업하는 경험도 원하는 일을 해내는 데 필요한 배움일 수 있습니다. 저에게 심리학 공부가 자신과 사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처럼요.

4. 기회 — 예전에는 못 했지만, 이제 해볼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처음에는 AI가 지금 하는 일을 도와준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사용하다 보니 “내가 이런 것도 해볼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개발 중인 프레임워크를 진단 도구로 만들어보는 일도 그중 하나입니다. 생각을 실제로 구현해볼 수 있겠다는 가능성이 생긴 거죠. 진단 도구로 쓰려면 무엇을 측정하는지, 결과를 믿고 해석할 근거가 있는지는 별도로 검토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저에게는 중요한 변화였습니다. AI가 제가 하던 일을 빨리 끝내주기만 한 것이 아니라, 제가 생각하는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넓혀줬으니까요.

우리는 나를 충분히 이해하고 방향을 정한 다음 실행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반대 방향도 있어요. 새로운 일을 해보면서 내가 무엇에 흥미를 느끼고, 어떤 경험을 더 쌓고 싶은지 알게 되기도 합니다.

나를 알아야만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시작하면서 나를 더 알아갈 수도 있는 거예요.

기회를 살펴볼 때는 이렇게 물어보면 좋겠습니다.

“시간이나 기술, 비용 때문에 미뤄뒀던 일 중 지금은 작게 해볼 수 있는 것이 있을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자료 한 장을 만들거나, 머릿속에 있던 서비스의 일부를 구현해보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실제로 필요로 할 사람에게 보여주세요. 만들 수 있다는 사실과 누군가에게 필요한 일이라는 사실은 다르기 때문입니다.

작게 해본 뒤 더 이어가고 싶다면, 상대의 반응과 내가 들인 노력, 앞으로 필요한 조건을 함께 살펴보면 됩니다. 모든 시도를 직업이나 사업으로 키울 필요는 없습니다. 맞지 않는 것을 알게 되어 멈추는 것도 다음 선택에 도움이 됩니다.

지금의 직업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는 아닙니다

방향은 내가 이어가고 싶은 일을, 가치는 내 경험이 필요한 곳을 살피는 질문입니다. 성장은 그 일을 위해 무엇을 배울지, 기회는 지금 무엇을 새롭게 해볼지 묻는 질문이고요.

이 질문들로 고용이나 소득의 불확실성이 모두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변화를 준비할 시간과 자원도 사람마다 다릅니다. 당장 생활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라면, 큰 전환보다 현재 업무에서 부담을 줄이는 작은 시도가 먼저일 수 있습니다.

저는 ‘나에게 맞는 일’을 찾는 고민이 더 이상 필요 없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맞는 일을 하나 찾아 정착하는 것만을 목표로 삼기보다, 나를 이해하며 할 수 있는 일을 넓혀가고 싶습니다. 여러 관심사를 연결해 제 일을 만들어온 것처럼, AI와 함께 앞으로의 일도 계속 만들어보려고요.

“AI가 내 일을 대체할까?”가 걱정된다면 그 질문 옆에 하나를 더 놓아보세요.

“내가 가진 것과 AI를 연결하면, 지금 무엇을 해볼 수 있을까?”

당장 직업을 바꾸지 않아도 됩니다. 오래 미뤄둔 일 가운데, 지금의 시간과 여건 안에서 해볼 수 있는 한 가지를 골라보세요. 그 시도를 해본 뒤에는 처음과 다른 선택지가 보일 수도 있습니다.

위로 스크롤